바이올렛 에버가든 시청.
일전에 2화를 못 넘기고 포기한 적이 있다. 잔잔하기가 젤다의 초원같아서 그랬으나,
킹갓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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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는 가끔 좋지만 대부분 싫다. 그리고 일본의 신파는 우리네 신파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보는 편이다.
기억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나 예를 들면,
참혹한 전장에서 주인공들이 소리 지르며 움 (건담 시드) 남주들이 소리지르며 울고 여주들이 지켜보며 흐느낌 (건담 시드, 슬램덩크) 연기 못하는 남주가 소리지르며 움 (배틀 로얄)
감독이 잘 설정한 신파 전략에 따라 알면서도 우는 경우는 별로다. (우리개 이야기의 마리오 이야기 편)
감독이나 작가가 "자 곧 3분내에 터뜨릴 예정이고요, 자 지금! 우세요!!" 하는데 알면서도 당하니 썩 개운치가 않다. 그래서 야 감독이 시키는데로 울면 어떻게 힐난하곤하나, 나도 처울고 있으니 욕먹는 건 덤이다.
의도성이 그렇게 명백한 것이 별로라고는 하나 연출의 힘으로 인정하며 뭉클한 것들은 있다. (늑대 아이, 시달녀)
제일 좋아하는 연출은 여윽시 절제된 감성선을 구축하고 한 타 카타르시스를 구사하는 방식이다. 슬램덩크의 정대만 "농구가 하고 싶어요" 라든가, 프리렌이 그렇다. 가장 세련된 신파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단다단의 찰랑찰랑 엄마 편의 무시무시한 연출 방식도 있다. 감정선을 좆을 찰나도 없이 휘몰아 치는 연출로 눈물을 뽑는다.
바이올렛의 신파는 중간계 정도라고 느꼈다. 익히 알만한 동어 반복의 신파 (딸에게 보내는 편지 편)도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프리렌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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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물 작화, 배경 작화, 소품 작화, 액션 모두 탁월했다. 베가 본드를 읽을때 한 장 한 장을 쉬이 넘기는 것이 아까웠던 그런 느낌을 장면마다 받았다.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 세계관 설정이 그렇다고 하면 아쉬울 부분은 아니나, 일본 작품이라는 점에서 편견과 중첩되는 부분. 즉,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일본인들의 전통적인 인식 설정이 그렇다. 드라마 히어로에서 여직원들이 커피를 내오거나 수많은 작품들의 OL들이 유니폼을 입고 "여자력"을 표현하는 부분은 여전하구나 했다.